.jpg)
.jpg)
.jpg)


제비 고개 | 강릉 남대천의 진흙과 지푸라기, 옹기토 | 99개의 제비집 가변설치 | 2025
Jebi-gogae (Barn Swallow's Pass)|Mud and straw from Namdaecheon Stream in Gangneung, earthenware clay|99 swallow nests, dimensions variable|2025
강릉의 봄.
서울을 떠나 강릉에 머물게 되면서 장을 보러 들른 시장에서 어릴 적 보았던 제비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모습이 어여뻐 제비들이 터를 잡은 곳들을 살펴보며 강릉의 나날을 보내었다. 제비는 천적을 피해기 위해 빈집에는 둥지를 틀지 않고,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만 둥지를 터 기존의 둥지를 보수하거나 새롭게 지어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와 새끼를 키울 보금자리를 만든다. 제비부부는 봄과 여름 사이 3~7마리의 새끼를 두 차례 산란하고, 새끼 한 마리가 하루 평균 350마리의 먹이를 먹는다고 하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지런히 벌레를 잡아 나르고, 밤엔 새끼들 지키느라 근처 전깃줄에서 쪽잠을 잔다. 애처롭기 그지없다.
시장 주변 차광막 아래 둥지를 튼 제비 가족을 상인들은 궂은 날, 무더운 날, 밝은 날 할 것 없이 제 자식 돌보듯 보살피시며 살짝 인사만 드려도 제비 자랑에 여념이 없으시다.
다정한 돌봄이 함께 하는 모습은 세상의 어떤 생물체든 서로에 관한 애정이 서려있고, 집마다 제비와의 인연이 두터웠을 옛 시절엔 제비가 은혜를 갚았다며 전해져 온다.
⠀
새의 둥지를 집으로 부르는 일은 사람이 나고 드는 곳처럼 동물에게도 나고 드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집이란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떠나는 곳이었다. 떠남은 이동을 말하기도 하고, 이별을 말하기도 한다. 9월은 한국에서 여름을 난 제비들이 남쪽으로 떠나는 시기이다. 사람이 떠난 집은 다시 어떤 형태로 채워지거나 버려지거나 부서질지 알 수 없고, 떠난 제비도 집을 찾아 다시 돌아올지 알 수 없다. 사람 곁에 살던 제비를 사람 곁에서 멀어지게 한 것 역시 사람이다.
한 마을과 한 가족의 보금자리이자 사람과 동물을 넘어선 관계와 돌봄을 의미하는 대상으로서, 제비처럼 시장 주변 강가의 흙과 지푸라기를 주워 와 제비집을 제작해 보았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들어 가며, 제비와 사람들의 애정 어린 관계를 되새겨본다. 대관령의 아흔아홉 구비 고개를 넘어 들던 사람의 ‘땅의 길’과 가을이면 2만킬로를 날아 남쪽으로 날아가는 제비의 ‘하늘의 길’을 떠올리며, 아흔아홉 개의 제비집을 매달아 보았다. 제비 무리가 날아가는 듯, 그리고 아흔아홉 구비 고개가 이어지는 듯이 생과 사의 머묾과 이동이 이어진다. 지금쯤 먼 길을 날아가고 있을 제비들에게 안부를 보낸다.
⠀


.jpg)
.jpg)
.jpg)


.jpg)
_edited.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