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로 거지|종이상자|가변설치 (지하도, 서울)|2006
Brillo beggar|Paper box|Dimension Variable(Underground passages, Seoul)|2006
2006년.
서울에 상경한 지 3개월이 지나갈 즈음이었던 거 같다. 대학 시절 나는 내 집에 대한 다양한 인상들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그건 그 시절쯤이나 되어서야 우리 집이 남들과는 다른 구조로 되어 있다고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게 4년을 꼬박 나만의 집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다 상경한 서울에는 더는 내 집은 없었고, 집이 없는 많은 사람이 길거리에서 먹고 자는 모습을 보았다. 난생처음으로 거지를 본 것이다. 노숙자라는 표현도 알지 못했다. 그저 길에 누워있는 많은 이들이 낯설지만 가깝게 느껴졌다. 눈에 밟히는 그 사람들을 뒤로하고 학교에 가서는 ‘예술의 종말’을 불러왔다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상자>를 직접 제작해 집이 없어 상자에서 지내는 사람들에게 건네주었다.
When I came to Seoul, I saw many homeless people eating and sleeping on the street. It was the first time in my life that I saw a beggar. I didn't even know the expression homeless. Many people lying on the street felt unfamiliar but close. I had to read a book called "The End of Art" when I went to school, leaving the people who were being engraved on by the eyes, and I made Andy Warhol's "Brillo Box" and handed it to people who were living in the box because they had no home.